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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인터뷰

갈등을 넘어선 아름다운 동행

민영규 기자 입력 2015.07.23 19:52 수정 2015.07.24 19:52

엘링크링거 코리아 노동조합 조주현 위원장

ⓒ 경북문화신문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이가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누구나 다 한번쯤 성장통을 겪기 마련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린 성숙이란 값진 경험을 얻게 된다.

엘링크링거 코리아 노동조합은 지난해 한번의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련을 통해 보다 성숙한 노동조합으로의 성장과 결국‘회사와 함께 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라는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여 주고 싶었다.
지난해 10월 임금체불과 불법 파견 등 열약한 근로 조건과 불합리한 규정을 참다 못해 생존권 사수를 위해 설립된 엘링크링거 노동조합은 사측과의 교섭을 통해 일련의 사태에 대한 해결점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지난 1990년 한국 진출 당시부터 지난해 창원에서 구미로 사업장을 이전 할 때 까지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회사로써는 노동조합 설립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이후 교섭 또한 응하지 않으면서 양측 간의 감정의 골만 깊게 패여 갔다.

양측 간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노동조합은 사측이 조합을 인정하고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임할 것을 요구하며 교섭권을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에게 위임했다.

이에 대해 적잖은 부담을 느낀 사측은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사무실 제공과 조합비 일괄 공제 등 일부 교섭을 타결하기에 이른다.

대화의 물꼬를 튼 노동조합은 이후 사태의 조기 해결을 위해 사측에 임단협 재개를 요구 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결국 지난 4월 생존권 사수를 위한 집회가 회사 정문에서 열리게 되지만 끝을 알 수 없을 것 같았던 양측 간의 대립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노동조합은 집회 이후 사측과의 수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노사 합의안을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사태는 지방노동위원회로 넘어가게 되면서 전면 파업을 예고한 하루전날인 지난 6월 11일 극적인 노사합의가 이뤄지게 된다.

노사합의 한달 후 만난 엘링크링거 코리아 노동조합 조주현 위원장의 얼굴은 이전보다는 많이 밝아진 모습이었다.“이번 사태로 많은 것을 배우고 결국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할 것이 무언지를 알게 됐다”는 조 위원장은“회사가 있어야 노동자도 있을 수 있기에 지난날의 앙금은 모두 털어버리고 회사의 성장을 위해 노동조합이 기꺼이 밑거름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또“우리의 투쟁은 회사위에 군림하겠다는 뜻이 아닌 노동자로써 기본적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 조건이며, 예전에 비해 변화된 노동환경에 대한 현실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 이었다”고 말했다.

▲회사를 사랑한 노동자
실제로 엘링크링거社 정규직 근로자들은 임단협이 있기 전까지도 최저 임금을 받아왔다. 여기에다 인력 부족으로 연장, 야간, 휴일 근무 등 엄청난 업무량에 시달려야 했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97년도에 만들어진 취업규칙은 작년까지 그대로 적용되어 왔으며, 이에 대한부당함의 제기하며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지급을 요구하는 근로자에게는 기록 분실로 계산상의 어려움을 들어 지급을 미뤄왔던 것이다.

이런 현실속에 근로자들은 점점 일에 대한 의욕을 읽어갔고, 결국 이러한 부당함을 바로 잡고 노동자가 일한 만큼의 댓가와 이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우리가 돈을 많이 달라 것도 아니다 또 회사의 기득권을 차치해 좌지우지 하겠다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최소한 일한 만큼의 댓가와 모두가 납득 할 만한 임금체계와 근로환경이 보장 되어야 하지 않냐라는 것이 우리의 목소리다”이것이 엘링크링거 코리아 노동조합의 설립 배경이다.

조 위원장의 이런 생각은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목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조합원의 고용 안정과 복지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으며 이는 지난 임단협에서 극적인 타결을 본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에도 잘 나타나 있다.

▲새로운 시작 노사화합의 서막
이번에 타결을 본 요구사항 중 가장 큰 성과는 사측이 정식으로 노동조합과 Time off 즉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함에 따라 활동성을 보장받게 됐다.

이와 함께 인사위원회의 참석과 의사결정권 부여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임금 체계역시 객관적인 임금기준표 마련 나기로 하고, 당장 시급제 근로자에 대해서는 상여금 100% 인상을 비롯해 격월과 구정 그리고 추석에 50%를 지급하고 장기 근속자에 대해서는 호봉제를 적용해14.2% 인상을, 연봉제 사원의 경우는 월 11% 인상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밖에도 근로자의 정주여건 개선과 근로의욕을 위해 2년간 기숙자 지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의 전환에도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어찌 보면 대부분 다른 노동조합에서 이미 실행되어 정착단계에 들어간 사항들이지만 그동안 이러한 규정도 없이 오직 애사심 하나만으로 모든 불합리한 조건에서도 묵묵히 기계 앞을 지켜온 근로자들과 이제 1년도 체 되지 않았지만 엘링크링거 노동조합으로써는 상생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사항들이었다.

또 창원에서의 사업을 정리하고 구미로 올 때 직원들의 마음은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에 대한 두려움이 컸었다. 그래도 지난 청춘을 다 바친 회사인데 이대로 돌아서기에는 회사에 대한 애착이 너무도 강했다.

회사 역시 많은걸 포기하고 새로운 출발을 함께 하는 직원들에 대한 보상을 말로써 약속을 했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했고 조 위원장으로써는 근로자가 일한 만큼의 댓가와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위협 받는 현실을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낮은 자세로 머리 숙이는 노동조합
현장에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동료 후배들만 생각하면 밤잠을 설쳤던 조 위원장은 결국 지난 9개월간의 힘겨운 싸움에 몸을 내 던졌고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싸움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지난날 회사와의 갈등은 넘치는 사랑을 몰라주는 데서 오는 서운함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는 조위원장은 이제 지난 과오는 잊고 함께 손을 맞잡고 동반 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나아갈 것과 회사를 위해서는 그 누구든 찾아가 읍소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지금의 엘링크링거 노동조합은 갓 담은 와인과도 같다. 1년도 안된 와인의 맛이나 상품가치는 대단하지 않지만 여기에 숙성이라는 시간이 더해진다면 그 값어치는 지금의 몇 수십배에 달할 지도 모른다, 또 이 와인을 제조하는 회사의 명성 역시 함께 올라간다.

갓 담근 와인인 노동조합과 이 와인의 브랜드인 엘링크링거사 이제 이 둘이 화합과 신뢰라는 손을 맞잡을 때 그 시너지 효과는 극에 달하고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될 것이다.

또 이 둘이 앞으로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은 구미지역의 노사평화의 새로운 롤 모델로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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