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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서재원의 세상읽기]새해 새 인사 연습

경북문화신문 기자 입력 2023.01.02 09:31 수정 2023.01.12 13:42

↑↑ 마을활동가· 생활공감정책참여단대표· 선주문학회회장
ⓒ 경북문화신문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오사카에 사는 손녀와 영통을 했다. 요즘엔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게 거의 일상이 되었다. 지우는 구름 사이로 산타가 가는 걸 보았다며 산타가 이제 곧 한국으로 갈테니 할아버지도 선물을 받을 것 같다는 둥 연신 선물 이야기를 했다. 평소에 남의 얘기를 들을 때 참인지 거짓인지 구분하려 애쓰는 나는 지우의 말에 얼떨떨해졌다. 정말 그리 생각한 건지 어디서 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끝없는 상상 속으로 할애비를 초대해 준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들의 세상으로 나를 불러들이지 않으면 나 스스로는 넓고 아득한 아이들의 꿈속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지 않은가.

11월에는 경북문화신문이 주최하는 어린이 예술제에 심사를 한답시고 어린이들과 마주했다. 1차 원고를 본 후에 대면 심사, 그리고 본심까지 세 번이나 애들의 생각 속에 노닐 수 있었다. 말이 심사이지, 그들의 세상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정말 행복했다. 애들이 읽은 책이나 주인공의 이름들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레크, 베프 등의 줄임말이나 게임 이름을 새삼 알게 되었고, 핑크핑크라든지 분홍분홍 등의 색채어를 흔하게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아이는 다람쥐의 빠른 몸놀림을 ‘파파락’이란 의태어로 표현했는데, 생각해보면 제법 그럴싸하지 않은가. 도토리를 볼 주머니에 담고 인기척에 놀라 급히 달아나는 다람쥐의 모습.

온라인 상에서 생각을 드러내거나 이런저런 말을 주고 받는게 대세이다. 만날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니 디지털 언어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해시태그나 줄임말 사용은 머뭇거리게 되고, 이른바 MZ 세대의 언어 습관과 마주치면 솔직히 편하지는 않다. 나의 언어 세계가 외계어로 침범당한 기분이 살짝 들고, 나의 상식이 일순 무너진 듯한 그래서 새로운 세대들의 언어의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쓴다고나 할까. 그들의 빠르면서 새롭고도 놀라운 말의 운동장에서 얼른 벗어나 조금은 예스럽고 점잖게 그러면서 느릿한 중년의 커뮤니티로 돌아오면 저으기 안심이 되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언어의 변화를 가장 큰 폭으로 겪어내고 즐기는 세대는 MZ를 비롯한 젊은 층일 것이다. 어쩌면 변화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일 정도이니까. 그렇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일일이 언급할 성질도 아니고 그럴 여력도 없다. 하도 범위가 넓고 변화의 층위가 다양할뿐더러 심지어는 암호화된 듯한 말도 있으니 언급조차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모국어를 사용하는 언중으로서 스스로 가림막을 쳐서 억지로 젊은 세대의 언어를 피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쓸데없는 꼰대의 언어를 조심하면 될 일이지 않은가. 싯줄이나 읽고 감수성있는 글을 좋아하는 노년으로서 세상과의 호흡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써, 내가 누구의 언어를 불편하게 여기면 자연히 서로가 멀어지게 될 테니까 말이다. 이러한 태도는 젊은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셜 언어에 매달리는 편은 아니지만 어떤 언어를 애써 외면하지도 않으리라. ‘왜 그렇게 표현을 했을까’ ‘또다른 말은 없을까’ 궁리하는데 조금 더 시간을 들이고 싶다.

살아오면서 숱하게 듣고 또 해 왔던 말들. 역지사지, 상대방에게 집중하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내가 먼저 다가가기...정녕 말로써 끝내기엔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그래서 하마터면 내가 모를 뻔했던 미지의 언어 세상에 조금씩 발을 디밀어 볼 참이다. 여즉 우리는 백마 탄 왕자의 일방적 서사에만 환호해 왔는데, 새로운 세대들은 쌍방 구원의 서사로 서로를 구원하고 성장시킨다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보잘것없는 나 자신이 타인에게 구원이 될 수 있다니 또 얼마나 희망적인가. 아침에 인스타에서 ‘요즘 애들’인 며늘애와 손주를 만나 새해 덕담을 나누었다. 소통의 어휘력은 이렇게 늘려 나가는 것이로구나.
#새해 소통 덕후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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