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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화성시 병점2동 행정센터에 붙은 선거 벽보(경기도 화성시민 서장우 제공)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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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준비해 주세요~."
"마스크 좀 내려 주세요. 얼굴 확인 필요해서요."
"한 걸음만 앞으로 당겨 주세요~."
30일 정오 12시부터 6시까지로 예정된 사전투표 참관. 20분 일찍 도착해서 행정복지센터 밖을 보니 이미 긴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긴 줄을 지나 사전투표 참관인임을 밝히고 오전 참관인들과 교대를 위해 기다렸다. 오전 일곱 시간가량을 견딘 참관인 여덟 명의 얼굴은 꽤나 초췌해 보였다.
정각 12시.
"네. 수고하셨습니다~. 오전 참관인들 돌아가시면 됩니다."
투표사무원의 안내에 따라 여덟 개의 의자 주인은 오후 참관인들로 교체되었다. 투표인들의 줄지은 입장으로 투표장 안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신분증 확인과 투표지를 나눠주는 사무원들, 대기 줄과 투표함으로 안내하는 사무원, 투표함 앞의 사무원 등 십여 명의 인력이 쉴 틈 없이 안내하고 확인하고 나눠주기를 반복했다.
갓난아이 품에 안고 온 아빠, 어린아이 손 잡고 들어오는 엄마, 한쪽 발에 깁스를 한 채 들어서는 청년, 휠체어 타고 입장하는 남성, 만삭의 배를 안고 걸음을 옮기는 산모, 지팡이에 의지한 채 들어서는 할아버지, 돌도 안된 쌍둥이를 이인용 유모차에 태우고 오는 부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민주주의의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을 잇고 있었다.
'참관(參觀)' : 참여할 참, 볼 관. 겉으로 보기에 '참관인'은 의자에 여섯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 역할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역할. 하지만 누군가 꼭 해야 할 역할이었다. 이십 대 청년 2명, 사오십 대 여성 5명과 남성 1명으로 구성된 총 8명의 참관인들. 각자 앞을 응시하며 '아무 일' 없는지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도 왔었다'는 이십 대 한 명은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전화를 보기 시작했고, 참관을 마치는 최종 시간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참'만 하고 '관'을 하지 않았다.
"저쪽 끝 기표소 들어가시면 됩니다."
"이쪽으로 오셔서 투표하세요."
"투표함은 여깁니다~."
"저쪽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참관 한 시간쯤이 흐르자 뭔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설치되어 있는 다섯 개의 기표소와 투표함의 위치가 투표자의 동선과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투표함 앞에 앉은 사무원이 계속해서 불필요한 안내말을 외쳐야 했다. 입구 쪽에 가깝게 놓인 투표함, 출구 쪽에 가깝게 설치된 기표소의 구조로 인해 기표소에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들이 방향을 놓치고 헤매는 일이 반복됐다.
"그냥 나가시면 안 돼요!"
"투표함 저쪽입니다!"
원래는 지루함 그 자체였을지 모를 참관인이 투표 사무원들과 함께 수시로 안내를 하느라 마음 놓을 틈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투표장 입구 쪽에서 사람들을 안내하던 책임자인 여성 투표사무관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신가요?"
"사무관님. 투표함 위치를 유권자 동선의 마지막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요? 투표자들 동선이 지그재그로 얽히고 있습니다."
"이게... 선관위에서 그려준 그림대로 배치한 거라서요..."
현 상황에 대해 참관인으로서 조언을 하였다. 하지만, 투표사무관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받았다. 공무원인 투표사무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몇 시간 아르바이트성 참관을 하는 사람이 우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투표는 계속 이어졌다.
기표소에 커피컵을 두고 나갔다가 돌아와 가져가는 사람, 많은 투표용지 중 일부를 바닥에 흘려서 사무원이 주워주는 사람, 휴대폰을 찾아가려 기표소 앞에 다시 줄을 서는 사람, 신분증을 투표함에 같이 넣었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 '교육감 후보는 왜 번호가 없느냐?'며 투표용지를 사무원에 들이밀며 묻는 사람...
이 작은 무대에 여러 부류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면서 여러 가지 해프닝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투표장의 줄은 멈추지 않았고, 투표함 앞에 앉은 사무원의 목소리는 계속 커져만 갔다.
"투표용지 여기에 넣으세요. 여기!"
오후 4시경 밝은 회색 정장 차림의 남성이 나타났다. 바쁘게 움직이던 투표사무관은 그 옆에 서서 이런저런 설명을 하더니 3시간 전에 내가 건의했던 '투표함 위치 조정' 문제를 선관위 관계자에게 건의했다.
"네. 그렇게 위치 조정하세요."
선관위 관계자의 아주 쉬운 한마디를 함께 듣으며 '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푸념이 마음속을 지나갔다. 곧바로 입구 쪽 투표함과 출구 쪽 기표소의 위치가 바뀌었다. 그러자 기표소에서 기표를 하고 나온 사람들의 헷갈림이 사라졌다. 그리고 기표소 앞에 앉아 "여기에 용지 넣고 가세요"를 쉴 새 없이 외쳐대던 사무원의 안내 외침이 잦아들었다. 투표인들의 동선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진 덕이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것을 사전투표 첫째 날, 둘째 날의 열 시간을 흘려보낸 다음에야 바로잡힌 것이다.
"마감 시간 10분 전입니다!"
"투표마감 1분 전입니다. 대기표를 뽑으신 분 제외하고 더 이상 받지 않겠습니다."
투표 마감을 알리는 사무관의 음성과 함께 여섯 시 정각이 되자 '지방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이 마감되었다.
관외 투표 총 585개의 봉투. 50개씩 11묶음과 35개의 낱개 봉투 확인. 커다란 관내 투표함 2개 확인. 투표 사무용 장비들과 투표함의 봉인. 그리고 봉인지에 각 참관인들의 서명이 이어졌다. 15명 정도 되는 투표 사무원들은 일사천리로 장비 해체, 책상정리, 봉인 절차 등을 처리해 갔고, 여덟 명의 참관인들은 그 광경을 하나하나 확인하였다.
마지막 절차로 행정복지센터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선관위 사무실로 투표함을 이송하는 과정에 지원하였다. 정복을 입은 경찰 2명, 투표 사무원 1명, 참관인 3명이 차량을 타고 이동하였다. 투표용지가 들어있는 투표함은 묵직했다. 투표함은 선관위의 보안실로 옮겨졌고, 나는 행정복지센터를 나와 아직 해가 남아 있는 거리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