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구미보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이곳은 ‘낙동강 물길따라 문화생태탐방로’ 4코스인 ‘둑방으로’의 시작점이다. 주변에 노란색 꽃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이 펼쳐졌다. 자세히 보니 어느새 많은 꽃들이 지면서 고동색으로 수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그 곁에는 하얀 개망초꽃과 쑥들도 간혹 함께 자라고 있었다.
이곳에서부터 탐방로의 이름 그대로 주로 둑방으로 ‘송당정사(松堂精舍)’까지 이어진다. 다시 선산읍 신기리 국도로 나와서 낙동강변 둑방으로 접어드는 ‘낙동강승마길’에서 두 번째로 큰금계국 군락을 답사했다. 이곳에 5월 하순에 처음 와보았을 때는 둑방 아래 강변 고수부지 전체를 노란 시야로 열어 주었으나 지금은 역시 지는 꽃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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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세 번째 관찰 지역으로 선산읍 ‘원리’를 지나 ‘매학정버드나무길’의 반환점인 감천(甘川) 제방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을 찾았다. 구미시내와 선산을 잇는 자동차전용도로의 ‘졸음쉼터’ 부근의 제방에 차를 세웠다. 곧바로 ‘강정습지’로 내려서자 버드나무는 비교적 드물고, 한없이 넓은 평원이 온통 큰금계국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이곳의 꽃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시들어 보였다.
끝으로 기자는 낙동강체육공원으로 이동하였다. 파크골프장에서 조금 떨어진 왕벚나무 ‘출생기념식수’ 지역 등 산책로를 중심으로 큰금계국은 가끔 보라색 갈퀴꽃들 및 달뿌리풀들과 어울려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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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자가 중점적으로 살펴본 네 곳 모두 너른 공간에 약간의 생명력 강한 다른 풀들이 함께하고 있긴 하지만, 거의 노랗게 한 가지 색으로 칠해 놓은 듯했다. 한창 활짝 피었을 시기에는 사람들이 “와!” 하고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수만 송이의 꽃들이 강물처럼 한꺼번에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는 풍경은 분명 장관이리라.
그런데 오래 바라보다 보니 문득 다른 생각 하나가 피어올랐다. 저 자리에는 원래 무엇이 살고 있었을까. 큰금계국이 들어오기 전에도 강변에는 수많은 풀과 꽃이 있었을 것이다. 키 작은 들꽃도 있었고, 습기를 좋아하던 식물도 있었을 것이다. 계절 따라 피고 지며 서로 자리를 조금씩 나누어 쓰던 존재들 말이다. 하지만 지금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의 한 가지 식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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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원인은 ‘큰금계국’의 과도한 확장성에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흔히 금계국이라 부르는 꽃에는 ‘금계국’과 ‘큰금계국’이 있다. 금계국은 꽃 중심부(통꽃)에 붉은 갈색 무늬가 있있으며, 큰금계국은 꽃 전체가 무늬 없이 순수한 노란색이라는 점이 다르다.
현재 낙동강변에 분포하고 있는 것은 기자가 보기에도 거의 모두 큰금계국이다. 이것은 폭발적인 씨앗 번식으로 멀리 퍼진다. 그뿐만 아니라 강력한 다년생의 뿌리로도 번식하면서 서식지를 굳건하게 점령한다. 그 결과 토종 야생화나 풀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공간을 차단해 버린다. 바로 이 점이 식물 종다양성의 훼손 문제를 낳게 되는 이유이다.
현재 환경부 국립생태원은 큰금계국을 '생태계 위해성 2등급 외래식물'로 분류하고 있다. 당장 법적으로 퇴치해야 하는 1등급(가시박 등)은 아니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서 지속적으로 관찰이 필요한 단계이다. 물론 꽃은 죄가 없다. 큰금계국도 그저 햇빛 좋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피어났을 뿐이다. 어쩌면 문제는 생태적 고려 없이 자연을 단지 풍경으로만 바라보려는 사람들의 시선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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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오늘은 마침 제31회 ‘환경의 날’이다. 그리고 지난 5월 22일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생물 다양성의 날’이었다. 이 큰금계국 군락들은 우리에게 생태계의 균형과 공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기자는 숲해설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큰금계국이 선사하는 풍광의 아름다움도 즐기고, 생물다양성도 지키려면 이 식물의 강력한 확장성에 제한을 가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곧, 지자체마다 이 식물의 특성으로 인해 실제 관리에 있어서는 기술적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기존의 유채꽃밭처럼 서식 구역을 한정하는 일 말이다. 그리하여 가을에 접어들면 이 강변에서 어린 시절의 서정적 추억을 되살려 주는,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도 쉽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