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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자·데스크

한나절 산책 (16)] 구미다온숲 탐방

우동식 시니어 기자 입력 2026.06.22 06:24 수정 2026.07.02 08:02

↑↑ 다온숲 입구
ⓒ 경북문화신문
6월 17일은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이다. 이날 기자는 구미 구포동의 ‘다온숲’으로 한나절 산책을 나섰다. 원래 쓰레기 매립장을 녹화(綠化)한 이곳 숲에는 소나무숲, 느티나무길, 아까시원 등이 조성되어 있지만, 기자가 주목한 두 곳은 ‘수국(水菊)길’과 억새류 중심의 ‘그라스원’이다. 이 두 식물은 생태적으로 혹은 생육 환경의 측면에서 아주 대비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적합한 조경을 위해 생각해 볼 점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숲은 위쪽 광장에서 천생산으로 연결되어 산책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수국길
ⓒ 경북문화신문
수국(水菊)과 억새와의 만남
수국길은 입구에서 오른쪽 산책로로 이어진다. 우리가 흔히 '수국(水菊)' 하면 떠올리는 것은 아나벨 등 탐스러운 공 모양의 화려한 일반 원예 수국이다. 그래서 꽃 모양에 따라 한자 이름으로는 수구화(繡毬花)라 부르기도 한다. 둥근 공 모양의 꽃이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이다.

↑↑ 산수국(원예종)
ⓒ 경북문화신문
이런 일반 수국 외에도 산수국과 목수국이 있다. 여기 수국길에서 보이는 산수국은 ‘블루 버드(Blue Bird)’ 등 원예종이다. 하지만 원래는 우리나라 산간 지역에서 자생하는 토종 수국으로,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안쪽에 자잘한 꽃이 진짜꽃(양성화)이고, 그 테두리를 나비 모양의 액자처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장식꽃(헛꽃)들이다. 나무수국은 뿔 모양의 거대한 꽃송이가 달리는 종으로, 풀 같아 보이는 다른 수국들과 달리 완연한 목본(나무)의 형태를 강하게 띤다. 이 수국들은 토양의 산성도(pH)에 따라 신비로운 색 변화가 있다. 토양이 산성이면 청색·보라색, 알칼리성이면 분홍색·붉은색으로 변하는 특성을 지닌다.

↑↑ 그라스원 진입로
ⓒ 경북문화신문
↑↑ 얼룩말무느참억새
ⓒ 경북문화신문
그라스원은 진입로 입구에서 왼쪽 언덕으로 오르는 산책로로 연결된다. 이곳에는 몇종의 억새들이 자라고 있다. 은빛 실처럼 가는 무늬로 바람이 불면 분수처럼 부드럽게 휘어지는 곡선미가 일품인 실억새, 그리고 무늬억새 등이 분포하고 있다. 그 중에서 기자의 눈에는 얼룩말무늬참억새가 돋보였다. 이곳은 가을이면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쓰레기 매립장의 녹화(綠化) – 사막화 방지의 좋은 사례
기자는 버려진 땅을 푸른 숲으로 일구어낸 현장에서 이곳 ‘경북형마을숲정원’이 가진 생태적 가치와 의의를 생각해 보았다. 쓰레기 매립장은 인간이 토지를 가장 극단적으로 황폐화한 형태이다. 메탄가스가 분출하고 침출수가 흐르던 죽은 땅을 다시 식물이 살 수 있는 생태 공간으로 되살려낸 다온숲은, ‘아무리 망가진 땅이라도 인간의 노력으로 다시 녹화할 수 있다'는 토지 복원의 위대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사례라 하겠다. 아울러 공단 배후의 인구 밀집 지역인 옥계 인근에 위치하여 마을숲 조성의 효용성을 충족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기후 탄력적 조경’의 실천을 위해서 이 숲에서는 수국보다 척박한 환경에 상대적으로 강한 무늬억새 등의 사초류들을 관광 자원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국은 대개 반그늘을 좋아하지만,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이곳은 아직 그늘이 부족한 편이다. 게다가 물을 좋아하지만 역시 매립장의 특성상 수분 축적이 어려워 수국(水菊)의 생태 환경으로는 악조건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곳에서 수국 키우기가 불리한 것은 자주 물을 뿌려 줘야 하는 등 현실적·경제적 관리의 측면에서 더 많은 노력과 비용 지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라스원에도 품종의 다양화와 더불어 이름 패찰을 달아둠으로써 찾는 이들의 앎의 즐거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숲해설가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점이다.

사막화나 토지 황폐화라고 해도 아프리카나 몽골의 모래바람을 막는 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주민들이 늘 산책하는 집 앞의 다온숲을 보며 ‘이곳이 원래 쓰레기 땅이었고, 수분이 부족해 수국들이 사투를 벌이는 곳이며, 우리가 이를 녹화해 가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지구 반대편의 사막화 방지 노력도 비로소 나의 문제로 체감하게 될 것이다.

수국길과 그라스원 탐방을 마친 기자는 덤으로 유산소 운동을 겸하여 천생산 산책로로 들어섰다. 처음 직선으로 오르는 구간은 가팔랐으나, 능선에 오르면 평탄한 길이 이어졌다. 이맘때 피는 연분홍 좀작살나무꽃이 종종 반겨주기도 했다. 이러한 천생산 산책로는, 다온숲의 짧은 동선(動線)을 보완해 주는 고마운 대안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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