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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 서울시가 경매가의 70%에 배추 공급을 개시한 첫날, 시장은 오전 내내 북새통이었다, 판매시작 시간은 오전 11시였지만, 배추를 사려는 발길은 400미터 넘게 이어졌다. 이날 이들 서민들이 사들일수 있는 배추는 1인당 세포기, 시중가보다 포기당 4천원 낮은 가격의 배추를 사기 위해 이들은 무려 4-5시간동안 줄을 서 있었던 것이다.
오죽했어야 중앙언론들이 이날의 풍경을 두고 ‘ 추위에 움추린 시민들의 모습은 마치 구호물품을 기다리는 피난민들을 연상케 했다“고 했겠는가.이들이 바로 이 나라의 대다수,적어도 80-90% 이상을 차지하는 서민들인 것이다.
필자의 아파트 이웃 층에는 연봉이 3천만원대인 4인의 근로자 가족이 살고 있다. 종종 만나 맥주잔을 주고받는 그 40대 초반의 가장은 부부의 사랑이 따스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그 가장은 부인과 함께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엘 가는 것은 절대 사절이다.한두푼을 아끼기 위해 수십번 물건을 들었다가 놓는 부인의 그 숨박히는 ‘ 시간을 더 이상은 인내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수년 전 늦은 시간에 한두번씩 실시하는 할인판매 때문에 두어시간 동안 기다린 후로는 부인과 함께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가는 것은 절대 금지사항이 되었다.
이러한 부인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서민의 생활상이다. 평범한 서민은 우리 사회의 절대층을 형성한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 중 비싼 소고기를 먹으면서 지갑걱정을 하지 않은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열이면 아홉은 지갑 걱정으로부터 자유롭지가 않을 것이다.
구미시가 서민들의 주요 관심사인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했고, 구미시의회 대부분 의원들이 공동보조를 맞추면서 경북도내 시단위 지자체로는 최초로 2011년부터 제한적 무상급식 실시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관련 조례 개정 작업과 함께 위원회 구성에 들어갔다, 이와 맞물려 의회는 지난 9월에 이어 10월4일 무상급식에 대한 의원들간의 의견교환을 위해 전체의원 간담회를 가졌다.
무상급식을 가시화 시키기 위한 구미시의회의 노력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지난 간담회에 이어 이번 간담회에서조차 일부 의원은 ‘ 여유가 있는 집에서 (급식비용으로) 월 5-6만원 내지 않는다고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무상급식 실시를 반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초교 자녀 2명을 둔 4인 가족의 경우 월 6만원을 지출하게 되면 연간 지출액은 140만원이다. 이 금액은 연 3천500만원의 가계수익 대비 4%에 이른다. 연간 수입의 4%가 적은 비율인가. 국가나 기업, 가계는 4%의 비율이 흥망성쇠를 가늠한다. 특히 초교생을 둔 학부모의 연령대는 보통 30대 초,중반에서 40대 초반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구미에서 이러한 연령대 중 연 수입이 3천5백만원 이상이 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어림잡아 열명 중 아홉은 그 수준이거나 그 이하 수준일 것이다. 2자녀 기준 월 10-12만원, 연 120만원-140만원을 더 내고 덜내고에 상관없는 가계가 과연 얼마나 되느냔 말이다.그렇다면 월 10-12만원 낸다고 해서 살림에 영향을 받지 않는 10% 이하를 위해 무상급식을 하지 말잔 말인가.
지난 9월 구미시의회 모의원은 무상급식 비용을 환원, 방과 후 프로그램을 알차게 운영하면 더 큰 효과가 있고, 최근에 모 의원은 무상급식 예산을 맞벌이 부부를 위한 보육시설에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자녀 기준 ‘월 5-6만원 내지 않는다고 해서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맞벌이 보육시설 지원을 궁리한다면, 그 곳에도 허점이 있다. 맞벌이 부부도 정도의 차이가 있다. 전문직 맞벌이 부부는 연 수입이 수억원대일 것이며, 정규직 맞벌이 부부는 적어도 5천만원을 웃돌 것이다. 이들에게 보육시설 예산을 지원해 주면 그들의 살림이 나아지겠는가.
어떤 궁리로 예산을 끌어들일지도 의문이지만,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예산으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알차게 운영하도록 예산을 지원하게 되면 맞벌이 부부자녀의 탈선을 막을 수 있다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태권도나 미술, 음악등 예 체능은 자라나는 어린 청소년들에게 창의성과 순수성, 인간성을 향상시켜 주는 일종의 특효약이다. 시중 학원의 경우 예체능 학원은 월 7-8만원의 교습료를 받고 있다.
무상급식 비용에서 발생된 월 5-6만원에다 1,2만원만 보태면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은 예체능 학원에서 방과 후 탈선의 우려없이 편리한 교습을 받을 수가 있다. 학원비를 낼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값싼 게임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 이보다 더 좋은 방과 후 프로그램이 어디 있겠는가.
‘ 여유가 있는 집에서 월 5-6만원을 내지 않는다고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방식으로 무상급식을 접근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 강남이 아닌 보통 사회에서 2자녀 기준 월 10-12만원, 년간 140만원을 덜 지출하면 살림이 나아지는 가계는 어림잡아 95%이상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살림이 나아질리 없는 5% 때문에 살림이 나아질 95%를 버려야 한다는 발상은 안따깝기까지 하다.연 소득 3천500만원 내외가 90% 이상인 우리들의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가 보아라. 가슴이 숙연해질 것이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토에 양분을 실어나르는 4대강 사업을 하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풍부하고 청정한 강물을 흘러내리게 해 국토를 풍성하게 하자는 것이 그 목적이다.
우리들의 미래는 바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다. 그들이 푸르른 강물처럼 바르고 건전하고 씩씩하게 흘러가야만 우리의 미래도 풍성해 질수 있는 것이다.따라서 많은 예산이 들더라도 청소년의 가슴 속에 흐르는 강물이 먹을 걱정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상처를 입게 해서는 안된다.
배추 한 포기당 몇천원을 아끼기 위해 4-5시간 줄을 서는 사람들, 그들은 바로 월 5-6만을 덜 낼 때 생활이 나아지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국민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 5-6만원을 덜 낸다고 해서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 여유있는 이들이 90%이상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요즘처럼 경제상황의 기복이 심한 경우에는 월 5-6만원을 걱정하지 않는 부자가 단돈 한푼이 궁한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적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