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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박상수의 세설신어(143)]한나라의 은혜가 비단과 같으니( 綺回漢惠 기회한혜)

경북문화신문 기자 입력 2024.09.19 17:03 수정 2024.09.19 17:03

↑↑ 박상수 한학자
ⓒ 경북문화신문
《천자문》 주석에 “기(綺)는 기리계(綺里季)이니 상산사호(商山四皓) 중 한 사람이다. 한나라 고제(高帝)가 장차 태자를 폐위하려 하였는데, 사호(四皓)가 태자를 따라 노닐어 보좌인이 됨으로써 한나라 혜제에게 태자의 자리를 되돌려 안전하도록 하였다.[綺 綺里季 商山四皓之一 漢高帝將廢太子 四皓從游 成羽翼 使漢惠 太子之位 轉而安焉]”라고 하였다.

綺(비단 기)는 뜻을 나타내는 糸(실 멱)과 흔하지 않고 기이함을 뜻하는 奇(기이할 기)가 합쳐진 글자이다. 糸은 실뭉치 끝의 작은 실오라기[小] 모양을 본떴다. 비단은 일반 천에 비하여 매우 귀하고 기이하다. 비단 한자로 비단(緋緞)이라고 쓰고, 영어로는 실크(silk)라고 불린다.

回(돌 회)는 물길이 마치 소용돌이치듯 한쪽으로 휘감아 도는 깊은 물의 모양을 본떴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안회(顏回)의 자가 안연(顏淵)인 것도, 淵(깊은 물 연)과 回(돌 회)가 모두 깊은 물이란 뜻을 가진 것에서 연유함을 알 수 있다.

漢(한수 한)은 물을 뜻하는 氵(물 수)와 발음을 결정한 堇(진흙 근)이 합쳐진 글자이다. 서울을 관통하여 흐르는 한강도 한자로 漢江이라고 쓰는데, 이때의 漢은 ‘크다’는 의미이다. 한강의 옛 이름은 ‘아리수’이다. 여기서 ‘아리’ 역시 ‘크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惠(은혜 혜)는 발음을 결정한 물레의 바퀴의 모양을 본뜬 叀(물레 전)과 마음 작용을 뜻하는 心(마음 심)이 합쳐진 글자이다. 물레는 실을 뽑는 작업은 세심한 마음 가짐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이 뒤엉켜 쓰지 못하게 된다. 은혜 역시 세심한 배려를 통해 베푸는 행위이다. 叀으로 구성된 글자로 專(오로지 전)과 傳(전할 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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