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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자·데스크

한나절 산책(11)]연악산자연휴양림 둘러보기

우동식 시니어 기자 입력 2026.05.04 09:40 수정 2026.05.04 09:40

4월이 저물고 있다. 기자는 4월의 끝날에 다시 구미시 무을면에 위치한 ‘연악산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답사다.
 
↑↑ 황토 맨발걷기장
ⓒ 경북문화신문
수다사(水多寺)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먼저, 오른쪽 계곡을 따라 ‘연악산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이곳 휴양림은 우선 벤치, 들마루, 해먹, 그네 등도 설치되어 있어 휴식을 취하기 좋다. 무엇보다도 여기는 숲속 맨발 걷기장이 있다는 게 장점이다. 황톳길을 아래와 위 두 곳에 마련해 두고, 간이 신발장과 발을 씻는 수도 시설도 두 곳에 모두 갖추고 있어 이용하기에 편하다.
 
입구 휴양림 안내판 앞 길섶에서부터 나지막하게 맑은 청보라색 꽃이 눈에 띈다. ‘큰구슬붕이’ 꽃이다. 5개의 꽃잎이 별 모양으로 펼쳐지는데, 자세히 보면 꽃잎들 사이에 작은 덧꽃잎이 있어 총 10개의 꽃잎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덧꽃잎(부편)은 꽃이 접힐 때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내부(수술과 암술)를 빈틈없이 밀봉하는 역할을 한다. 재작년 4월말에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보아온 꽃이기에 이맘때가 되면 이곳을 꼭 들러보고 싶어진다.
 
↑↑ 큰구술붕이(맑은 날)
ⓒ 경북문화신문
↑↑ 큰구슬붕이(흐린날)
ⓒ 경북문화신문
이제 새롭게 돋아난 참나무류의 초록잎들이 반그늘을 만들어 주어 더욱 상쾌한 둘레길을 흡족한 마음으로 걷기 시작한다. 이곳에서도 수북한 낙엽 위로 큰구슬붕이들이 반가운 듯이 맞아 준다. 이 꽃들은 아직 완전히 푸르지는 않은 봄의 풀밭에서 청보라로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자세를 낮추어 조신한 맵시를 보여준다. 상층부 나무들이 잎을 틔워 하늘을 가리기 전에 골든 타임을 붙잡아 일찍 꽃을 피우는 것은 이 꽃의 삶의 전략일 터이다. 더구나 이 꽃은 태양을 먹고 산다. 곧, 지난주에 왔을 때는 해가 나서 활짝 웃듯 피었더니, 오늘은 개체 수도 많이 줄었고, 날이 흐려 수줍게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그러면서 일반 구슬붕이와는 달리 초록 꽃받침이 젖혀지지 않고 꽃통에 단단히 밀착되어 있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 꽃의 대표적인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아마 올해도 봄이 무르익어간다는 희소식이 아닐까. 메마른 낙엽을 헤치고 고개를 내미는 이 꽃을 보고 있으면, 추위와 척박한 환경에서도 희망찬 하늘색을 뿜어내는 그 생명력에 경외심을 느낀다. 그러기에 이 꽃은 ‘그대 앞에 봄이 있다’라는 김종해 시인의 시에서, ‘추운 겨울 다 지내고 /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는 구절을, 복수초에 이어 다시금 실증해 주고 있는 듯하다.

맨발 걷기장을 지나 완만한 임도(林道)를 따라 천천히 산행에 나선다. 길가에는 큰 키로 바로 서 있는 흰색 왕제비꽃들과 더불어 노란색의 애기똥풀과 산괴불주머니들이 초록 일색의 단조로움을 깨뜨려준다. 한 시간 남짓 걸어 고갯마루의 ’장뇌산삼농장‘ 산막에 도착했다. 이곳은 수선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이기도 하다. 정상으로 가는 1.7km 구간에 철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산이다, 지난주에는 시간에 부족하여 오늘 오를 예정이었지만, 이미 철쭉이 지고 있어 생략하기로 했다. 산막 옆에 앉아 구슬을 굴리듯 투명한 되지빠귀의 노랫소리를 벗삼아 간식을 먹는다.

↑↑ 수다사 세 그루의 은행나무
ⓒ 경북문화신문
다시 수다사(水多寺)로 내려와 경내를 둘러본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 옆으로 이 절의 명물인 세 그루의 은행나무들이 희망의 푸른 새잎을 피우며 가을의 황금색 향연을 예고해 주고 있다. 또 대웅전 앞마당에는 300년 수령의 배롱나무 고목이 ‘보호수’라는 푯말을 달고 서 있다.

↑↑ 초피(제피)잎과 열매 껍질
ⓒ 경북문화신문
경내를 지나 왼쪽 계곡으로 오른다. 호두나무 과수원의 농막을 지나면 바로 산으로 이어진다. 산 입구에는 이맘때 흔히 ‘제피나무’라고 부르는 초피나무가 군락인듯 많이 눈에 띈다. 가을에 익은 열매껍질은 추어탕의 맛을 내는 ‘제핏가루’의 원료이다. 부드러운 새잎을 따서 장아찌를 담아 먹기도 한다. 특히 경주 지방에서는 이 장아찌를 선호하는 편이다.

지난주에는 이 숲에도 구슬붕이가 더러 낙엽을 헤치고 얼굴을 내밀고 있었는데, 오늘은 아쉽게도 보이지 않는다. 그 곁에 함께 있던 친구인 ‘개별꽃’은 오늘도 보인다.

↑↑ 올괴불나무 열매
ⓒ 경북문화신문
그런데 오늘은 새로운 명물(名物)을 발견한 기쁨으로 마음이 들떴다. 바로 올괴불나무들이 예닐곱 군데에서 숲속을 밝히는 빨간 열매를 조롱조롱 달고서 길 양옆으로 도열해 있지 않는가. 4월말 이른 시기에 산속에서 볼 수 있는 놀랍도록 반가운 결실! 꽃도 이른 봄에 쌍으로 피고, 열매도 짝을 이뤄 맺는 정다운 나무라 할까. ‘올’이라는 이름답게 부지런한 나무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4월말의 연악산은 수다사(水多寺)를 중심으로 양쪽 계곡에서 찾는 이에게 선물을 준다. 오른쪽은 자연휴양림에서 맨발 걷기의 즐거움을 더해 주려고 구슬붕이를 불러 세운다. 또 완만한 경사도의 산책을 통해 건강을 챙기라고 임도(林道)를 내준다. 왼쪽은 초피나무 군락으로 장아찌의 재료를 제공하고, 올괴불나무 빨간 열매로 매혹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경이와 감동을 선사한다.
↑↑ 산림욕장 안내도
ⓒ 경북문화신문
↑↑ 구술붕이와 개별꽃
ⓒ 경북문화신문
↑↑ 초피나무를 감아오른 얼음덩굴꽃
ⓒ 경북문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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