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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자·데스크

데스크 칼럼]‘이승환 공연 취소’가 구미의 정서라고?

안정분 기자 입력 2026.05.20 09:03 수정 2026.05.22 18:24

ⓒ 경북문화신문
얼마 전 지인과 말다툼을 벌였다. 법원이 가수 이승환 씨의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구미시의 책임을 인정하며 1억 2,5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내린 사건이 화두였다. 지인은 “이승환의 공연을 취소한 그게 바로 구미의 정서다”며 혀를 찼다.

순간 반발심이 치밀었다. “그건 구미의 정서가 아니라 일방적 행정의 남용이다. 구미의 정서’로 치부해 버릴 수 없다"며 "사건을 본질을 왜곡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인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던 이유는 공연 예매자 중에 구미 시민들이 있고, 그들 역시 일방적인 공연 취소를 전혀 바라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법원은 가수와 소속사뿐만 아니라 ‘공연 예매자 100명’에게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예매자들은 크리스마스 공연을 기대하며 제 돈을 주고 티켓을 샀던 평범한 구미 시민들과 타지역 사람들이다. 시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에 분노해 법적 소송까지 함께 참여한 이들 중에 엄연히 구미 시민들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이 사건을 구미 전체의 정서라고 말할 수 있나. 오히려 시민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문화적 권리를 박탈당한 피해자였다.

지인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구미시가 방패로 삼은 ‘시민 안전’이 그저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승환의 구미 공연 취소 논의는 사실 지역 일부 보수 단체의 반발에서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 논의가 한창이었던 2024년 당시 지역의 13개 단체는 이틀간 집회를 열고 가수 이승환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으며 구미시에 대관 취소를 압박했다. 이에 구미시는 기다렸다는 듯 ‘시민 안전’을 이유로 대관을 취소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문에 나와 있듯이 공연을 둘러싼 위험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했으며,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검토조차 없었다. 결국 ‘시민 안전’은 무리한 공연 취소를 정당화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였던 셈이다.

당시 시민들은 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항의 글을 잇따라 게재했고, 지역 시민단체들 역시 성명서를 통해 지자체의 독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처럼 행정에 반대하고 분노했던 구미 시민들이 존재하는데도, 사태의 원인을 ‘구미가 보수적이어서’라며 지역 정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지막으로, 가수 이승환은 판결 이후 배상금 중 법률 비용을 제외한 전액을 구미시의 ‘우리 꿈빛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미시장에게 “잘못했습니다”라는 솔직한 사과 한마디면 모든 법적 대응을 멈추겠다는 제안을 던졌다. 이승환은 오판을 알고도 ‘시민 안전’과 ‘법과 원칙’이라며 자존심만 세우고 있는 지자체장의 무책임한 태도를 꼬집고 싶었던 거다.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명분을 앞세워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행정, 이것이 이번 사안의 본질이다. 행정의 책임을 지역 정서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을 가로막는 것은 그 지역의 정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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